순천 선암사 템플스테이(+남도해양열차 탑승 후기)

오늘은 전라남도 순천의 조계산에 자리한 선암사에서의 2박 3일 템플스테이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덧붙여 서울역에서 순천역까지의 남도해양열차(S-train) 탑승 후기를 남겨본다. 
선암사-동자-스님-불상들
선암사 동자 스님 불상들



선암사 소개

1. 선암사의 역사

선암사는 875년 삼국시대 신라 헌강왕 때 창건한 사찰이다. 전라남도 순천의 조계산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조계종의 주요 사찰 중 하나다. 고려시대 제작된 불상을 비롯해 대웅전, 승선교, 북승탑 등 보물로 지정된 다수의 문화재들을 보유하고 있는 유서 깊은 사찰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2. 서울에서 선암사 가는 방법

서울에서 선암사까지 가는 대중교통편은 기차와 고속버스가 있다. 고속버스의 경우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순천종합버스터미널까지 약 3시간 40분, 터미널에서 선암사까지 시내버스로 약 1시간이 걸려, 총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서울역에서 KTX를 탈 경우, 순천역까지 2시간 44분이면 도착해,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1시간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남도해양열차(S-train)의 경우 순천역까지의 소요시간이 4시간 30분으로 가장 느리지만, 이번에는 느긋하게 남도해양열차를 타고 기차여행을 즐겨보기로 했다.  

순천역-광장
순천역 광장으로 나오면 시내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순천역에서 선암사까지는 시내버스 1번을 타면 된다. 순천역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시내버스정류장이 보인다. 선암사 입구까지는 버스로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주의할 점은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서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순천역 출발 버스는 10:00, 12:00, 13:40분에 있다. 
내가 갔던 날은 시간표보다 10분 정도 늦게 왔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길이 꽤 긴 여정이었지만 기차 여행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초록이 가득한 풍경 속을 버스를 타고 달리던 시간도 즐거웠다.  

참고로, 선암사는 입장료, 주차료가 무료다. 주차 공간도 여유가 있다. 



선암사 템플스테이

1. 선암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선암사-템플스테이-프로그램-일정표
선암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휴식형)

선암사 템플스테이는 휴식형체험형이 있는데, 나는 휴식형으로 2박 3일을 묵었다. 프로그램은 위 사진에 나와 있듯이 예불과 차담, 편백숲 트래킹, 공양(식사)이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말 그대로 산사에서 휴식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오후 2시까지 입실을 해야 하고, 귀가는 점심 공양까지 마치고 12시 30분에 나가면 된다. 

새벽 예불 전에 대웅전 맞은편 전각에서 스님들이 사물(범종, 목어, 법고, 운판)로 의식을 올리는데, 첩첩산중 산사에 울려 퍼지는 사물 소리는 경외감이 들 정도로 웅장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한 번은 꼭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정말 장관이었다. 

선암사-템플스테이-차담-풍경
선암사 대웅전이 보이는 전각에서 차담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시간이 편백숲 트래킹이었는데, 내가 템플스테이를 했던 2박 3일 내내 비가 와서 아쉽게도 트래킹은 취소가 되었다. 대신 스님과의 차담 시간을 길게 가졌다. 

차담 시간에는 먼저 템플스테이 참여자들이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난 후, 스님께서 인간사에 관한 여러 가지 말씀을 해 주셨다. 무욕과 무소유의 불교 교리를 설파해 주실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세상에서 성공하는 처세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주셔서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아마도 절을 찾는 중생들이 내세를 위해 현생에서 공덕을 쌓는 일보다 당장의 길흉화복에 더 관심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날씨가 좋으면 조계산 산길을 따라 송광사까지 트래킹을 하려고 했는데, 비가 내리 와서 그것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는 약 7km 거리인데, 산길이라 성인 걸음으로 3~4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2. 선암사 템플스테이 요금 및 예약방법

선암사 템플스테이 예약은 공식 템플스테이 홈페이지를 통해 하면 된다. 이곳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국의 모든 사찰에 대한 예약을 할 수 있다. 예약을 위해서는 먼저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템플스테이-홈페이지-링크-배너

선암사 템플스테이의 요금은 2024년 기준, 휴식형의 경우 1인 1박5만 원이다. 사용하는 객실수와 상관없이 인당 5만 원이다. 예를 들어, 방 하나를 1인이 사용할 경우에는 5만 원, 2인이 사용하면 10만 원을 내야 한다. 결제는 계좌이체로만 가능하다. 
환불 규정은 입소일 기준 3일 전 취소 시 100%, 1일 전까지는 50%, 당일 취소의 경우는 환불이 불가하다. 

3. 템플스테이 시설 및 공양(사찰음식)

템플스테이 사무실에 도착하니 스님께서 일정표와 함께 간단한 프로그램 안내를 해 주신 후, 바지와 조끼, 고무신을 나눠주셨다. 템플스테이 방사는 1층과 2층에 있는데 나는 1층 방사를 배정받았다. 
템플스테이-전각과-내부시설
템플스테이 전각과 내부시설

방에는 침구와 작은 다과상, 선풍기가 있었다. 무소유와 미니멀리즘의 극치다.😊하지만, IT 강국 대한민국답게 이 산속에서도 와이파이는 연결이 된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다. 수건 등 세면도구는 각자 지참해야 한다. 텀블러도 하나 가져가면 편하다. 숙소동에 정수기가 있었다. 숙소 앞마당에는 널찍한 빨래터도 있고 빨랫줄이 넉넉하게 걸려 있었다. 볕이 좋으면 손빨래를 해도 금방 마를 것 같았다. 

선암사-템플스테이-공양-사찰음식
선암사 템플스테이 공양(사찰음식)

원래 고기를 먹지 않아서 사찰음식을 좋아하는데, 선암사 공양은 식재료는 채식이나 간이 사바 음식 부럽지 않을 만큼 센 편이라 특히나 더 맛있었다.😂소박한 발우공양을 기대했는데 화려한 뷔페식이었다. 템플스테이 중인 것을 잊을 만큼 식탐을 불러일으키는 음식들이었다. 인간의 욕심과 욕구는 제어가 어렵다. 불쌍한 중생이여.😓

4. 선암사의 마스코트 : 고양이, 선암매, 뒷간

선암사의-마스코트-치즈-고양이
선암사의 마스코트 치즈 고양이

지난겨울에 왔던 선암사를 다시 찾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 때문이었다. 염주 목걸이를 하고 있는 위 사진의 고양이는 선암사 내의 공양품 가게에서 일하시는 보살님 댁 고양이다. 보살님을 따라 매일 선암사에 출근을 한다. 덩치가 엄청 큰 수놈인데 하는 짓은 애교가 넘친다. 이날도 변함없이 공양품 가게 입구에 앉아 시크한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귀여운 녀석.🤗

천연기념물로-지정된-선암사-선암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선암사 선암매

선암사는 홍매화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매화가 만개하는 3월 중순이 지나서 오면 운수암으로 오르는 담길 풍경이 절경이라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매화나무는 추정 수령이 600년이나 된다고 한다. 이번에도 매화가 다 진 후에야 가서 흐드러진 홍매화를 못 보고 돌아왔다. 이렇게 아쉬움을 남겨둔 채로 와야 또다시 가게 된다. 

선암사-뒷간
선암사 뒷간

선암사 측간(화장실)의 정확한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1920년대 이전부터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을 것이라고 한다. 남녀 화장실이 양쪽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환기가 잘 되도록 벽면 전후에 살창을 두었다. 전남 지방의 평면구성 측간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뒷간 내부 벽면에는 정호승 시인이 지은 '선암사'라는 시구가 적혀 있었다. 



남도해양열차(S-train)

1. 남도해양열차 노선 및 요금

남도해양열차는 남도해양권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며 여행할 수 있는 관광열차다. 노선은 서울에서 경기도 수원, 충청남도와 전라남도 여수까지를 잇는 전라선과, 부산에서 출발해 마산, 진주, 하동 등의 경상남도를 거쳐 전라남도 순천, 보성을 지나 광주송정까지 가는 경전선으로 나뉜다. 

서울역에서 순천역으로 가는 남도해양열차는 일 1회만 운행하며 오전 8시 4분에 출발하여 오후 12시 32분 순천역에 도착한다. 화요일수요일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요금은 요일별로 차이가 있는데 3만 원대 후반에서 4만 원대 초반이다. 

2. 남도해양열차의 매력

남도해양열차의-좌식-공간
남도해양열차의 좌식 공간

남도해양열차는 새마을호급의 열차로 좌석은 특석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남도해양열차의 매력은 위 사진과 같이 차창을 마주하고 앉아서 갈 수 있는 좌식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좌식의자만 놓여있는 곳도 있고, 테이블이 함께 놓여있는 곳도 있었다. 전기 콘센트도 곳곳에 있어 충전하기 편리했다. 바닥에 편하게 누워서 잠이 든 승객도 있었다. 자유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 포스팅을 수정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2024년 11월부터 서울역발 순천행 남도해양열차가 검색이 되질 않는다. 아쉽게도 운행이 중지되는 것 같다. 공지사항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전에도 운행이 중지되었다가 재개된 적이 있으니, 다시 운행하기를 기대해 본다. 



결론

선암사-연못에-핀-연꽃-위로-떨어지는-빗방울
선암사 연못에 핀 연꽃들

순천 선암사에서 보낸 2박 3일간의 템플스테이는 세상사 번민을 덜어내고 내적평화를 충전하는 시간이었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오롯이 자연의 소리와 향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빗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녹음 속에 앉아 있으니 세상 시름이 다 잊히는 듯했다. 잠시나마 속세와 단절된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조용한 산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