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백구
외연도 선착장 강아지 |
외연도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강아지 한 마리가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찬찬히 살핀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마을 슈퍼마켓 사장님 말로는 주인이 따로 있진 않고 이 섬에 산지는 10년이 넘었다고 하신다.
외연도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 중 하나가 외연도초등학교 앞 정원이었다. 이 학교의 학생 수는 2024년 기준 8명이라고 한다. 학생 수에 비에 규모도 넓고 시설도 훌륭했다.
파릇파릇한 잔디 위에 있는 그네의자에 앉아 구렁이 담 넘듯 스멀스멀 산을 넘어가는 구름을 보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 학생이 8명 뿐이라니 선생님들도 힘이 많이 나지 않을 것 같다. 도시와 지방의 인프라 차가 너무 크니 아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며 자라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왠지 씁쓸한 현실이다.
혹시나 길냥이가 있을까 하고 가져왔던 간식들을 주니 허겁지겁 잘 받아먹는다. 혹시나 해서 물도 떠다 주니 물도 잘 먹는다. 먹을 걸 줄 때는 손도 줄 줄 안다. 선심 쓰듯. 다 먹고 나면 시크하게 휙 돌아선다.
강아지는 배가 들어오는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선착장에 나와 있는 듯했다. 어떻게 이 섬에서 살게 되었을까. 깨끗이 씻겨놓으면 새하얀 털이 보송보송 이쁠 녀석인데. 사정을 알 수 없지만 안타까웠다.
선착장의 갈매기들
외연도 선착장 부두에 모여있는 갈매기떼 |
외연도에는 모래해변이 없다. 모두 몽돌해변이다. 지금 선착장이 있는 섬의 남동쪽 해안은 과거에는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방파제와 항만 시설이 들어서면서 모래사장이 모두 사라지게 된 거다. 어쩌다 한번 놀러 오는 사람들이 섬의 개발을 놓고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 주민들에겐 생계가 달린 문제이니 더욱 그렇다. 다만 그 편익이 엄한 사람들이 아닌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외연도초등학교 앞마당
외연도초등학교 |
미니장미 |
학교 정원이 꽃들로 가득하다. 미니장미에서 제법 진한 장미향이 난다. 꽃구경도 하고 마을 뒷산인 당산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친구는 쌍안경을 들고 탐조하느라 바쁘다. 자연과 야생동물을 멀리서 관찰하는 취미는 참 고상한 것 같다. 생태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지켜야 할 선은 지켜가며 즐기는 예의 바른 취미다.
고즈넉한 마을
외연도에서 달팽이를 참 많이 만났다. 햇볕에 마를까 걱정되어 친구가 조심스레 손 위에 올려 그늘가의 풀잎 위로 몇 번이나 옮겨주었다. 그늘을 따라 옮겨가는 것이 버거운가 보다. 땡볕에 나와 있는 달팽이나 지렁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어릴 땐 징그러워서 만지질 못했는데 나이가 드니 옮겨주게 된다. 그들에겐 생사의 기로인 것을 징그러운 게 대수냐.
숨은 벌 찾기 |
꽃들이 많으니 벌도 나비도 각자의 역할에 분주하다. 벌과 나비는 생태적으로 비슷한 기능을 한다. 꽃과 꽃 사이를 이동하며 꽃가루를 전파해 번식을 돕고, 수분과 영양소를 전달하기도 한다.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두 주인공이다.
외연도 선착장 골목의 낙조 |
소박한 섬마을 저녁 하늘에 퍼지는 선홍빛 낙조가 아름답다.
외연도는 조금은 심심하고 고즈넉한 어촌 마을이지만, 섬을 둘러싸고 있는 봉화산과 망재산, 당산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귀중한 보고다. 또 해양자원이 풍부하여 신선하고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내년 봄, 꽃들이 만개할 즈음 봉화산을 다시 찾고 싶다. 그때는 망재산도 꼭 둘러봐야겠다.
외연도의 마을은
선착장이 있는 외연도의 남동쪽 해안에 조성되어 있다. 다 둘러보는 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을 만큼 아담한 마을이다. 요란한 관광이 아닌 조용히 쉬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