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도 마을 산책

외연도마을-선착장-갈매기

외연도 마을은 선착장이 들어서 있는 외연도 남동쪽 해안에 형성되어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을 뒤편으로는 당산이 있고 좌우로 봉화산과 망재산이 둘러싸고 있어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외연도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양식장이 없어 모든 해산물이 자연산이라고 한다. 그래서 신선한 해산물을 재료로 한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 오늘은 쉬엄쉬엄 외연도 마을산책을 해보려고 한다. 


선착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백구

외연도-선착장-강아지
외연도 선착장 강아지

외연도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강아지 한 마리가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찬찬히 살핀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마을 슈퍼마켓 사장님 말로는 주인이 따로 있진 않고 이 섬에 산지는 10년이 넘었다고 하신다. 

혹시나 길냥이가 있을까 하고 가져왔던 간식들을 주니 허겁지겁 잘 받아먹는다. 혹시나 해서 물도 떠다 주니 물도 잘 먹는다. 먹을 걸 줄 때는 손도 줄 줄 안다. 선심 쓰듯. 다 먹고 나면 시크하게 휙 돌아선다. 

강아지는 배가 들어오는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선착장에 나와 있는 듯했다. 어떻게 이 섬에서 살게 되었을까. 깨끗이 씻겨놓으면 새하얀 털이 보송보송 이쁠 녀석인데. 사정을 알 수 없지만 안타까웠다. 


선착장의 갈매기들

외연도-선착장-부두에-모여있는-갈매기떼
외연도 선착장 부두에 모여있는 갈매기떼

외연도에는 모래해변이 없다. 모두 몽돌해변이다. 지금 선착장이 있는 섬의 남동쪽 해안은 과거에는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방파제와 항만 시설이 들어서면서 모래사장이 모두 사라지게 된 거다. 어쩌다 한번 놀러 오는 사람들이 섬의 개발을 놓고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 주민들에겐 생계가 달린 문제이니 더욱 그렇다. 다만 그 편익이 엄한 사람들이 아닌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외연도초등학교 앞마당

외연도초등학교
외연도초등학교

외연도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 중 하나가 외연도초등학교 앞 정원이었다. 이 학교의 학생 수는 2024년 기준 8명이라고 한다. 학생 수에 비에 규모도 넓고 시설도 훌륭했다. 

외연도초등학교앞-구름

파릇파릇한 잔디 위에 있는 그네의자에 앉아 구렁이 담 넘듯 스멀스멀 산을 넘어가는 구름을 보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 학생이 8명 뿐이라니 선생님들도 힘이 많이 나지 않을 것 같다. 도시와 지방의 인프라 차가 너무 크니 아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며 자라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왠지 씁쓸한 현실이다. 

외연도초등학교-정원의-미니장미
미니장미

학교 정원이 꽃들로 가득하다. 미니장미에서 제법 진한 장미향이 난다. 꽃구경도 하고 마을 뒷산인 당산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친구는 쌍안경을 들고 탐조하느라 바쁘다. 자연과 야생동물을 멀리서 관찰하는 취미는 참 고상한 것 같다. 생태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지켜야 할 선은 지켜가며 즐기는 예의 바른 취미다. 


고즈넉한 마을

풀잎에-매달려있는-달팽이
숨은 달팽이 찾기

외연도에서 달팽이를 참 많이 만났다. 햇볕에 마를까 걱정되어 친구가 조심스레 손 위에 올려 그늘가의 풀잎 위로 몇 번이나 옮겨주었다. 그늘을 따라 옮겨가는 것이 버거운가 보다. 땡볕에 나와 있는 달팽이나 지렁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어릴 땐 징그러워서 만지질 못했는데 나이가 드니 옮겨주게 된다. 그들에겐 생사의 기로인 것을 징그러운 게 대수냐. 

꽃잎에-앉아있는-벌
숨은 벌 찾기

숨은 나비 찾기

꽃들이 많으니 벌도 나비도 각자의 역할에 분주하다. 벌과 나비는 생태적으로 비슷한 기능을 한다. 꽃과 꽃 사이를 이동하며 꽃가루를 전파해 번식을 돕고, 수분과 영양소를 전달하기도 한다.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두 주인공이다. 

부두에-정박해-있는-고기잡이배의-돛대-위에-갈매기떼들이-앉아-있다
부두에 정박해 있는 고기잡이배의 돛대 위에 갈매기떼들이 앉아 있다.

사이좋은 갈매기 녀석들.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귀엽다. 갈매기는 새이니 당연히 날기도 잘 하지만 땅 위에서는 달리기도 잘한다. 먹을 거를 던져주면 뺏기지 않으려고 종종걸음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식탐 많은 어린애들 같아서 웃음이 난다. 

외연도-교회
외연도 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인 외연도 교회는 섬의 유일한 종교시설이다. 어업 종사자가 많은 섬이다 보니 전통적으로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올리거나 굿을 하는 등 무속의 전통이 강한 곳일 듯한데, 이렇게 큰 교회가 있는 것이 신기하다. 하긴 모든 신에게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 같다.   

안 그래도 외연도에서는 음력 정월 보름이면 당산에 있는 중국 제나라 전횡장군 사당에 풍어당제를 올린다고 한다. 

외연도-선착장-골목의-낙조
외연도 선착장 골목의 낙조

소박한 섬마을 저녁 하늘에 퍼지는 선홍빛 낙조가 아름답다. 

외연도는 조금은 심심하고 고즈넉한 어촌 마을이지만, 섬을 둘러싸고 있는 봉화산과 망재산, 당산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귀중한 보고다. 또 해양자원이 풍부하여 신선하고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내년 봄, 꽃들이 만개할 즈음 봉화산을 다시 찾고 싶다. 그때는 망재산도 꼭 둘러봐야겠다.   


외연도의 마을은 

선착장이 있는 외연도의 남동쪽 해안에 조성되어 있다. 다 둘러보는 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을 만큼 아담한 마을이다. 요란한 관광이 아닌 조용히 쉬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