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서 톨레도(Toledo) 렌페 타고 당일치기 여행

마드리드 근교에는 Renfe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도시들이 많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찾는 곳들이 톨레도(Toledo)나 세고비아(Segovia), 엘 에스코리알(El Escorial), 아란후에스(Aranjuez)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들인데, 모두 마드리스에서 Renfe로 편도 30~40분이면 갈 수 있다. 오늘은 16세기 스페인의 수도였던 톨레도를 당일치기로 다녀온 경험을 공유하려고 한다.  

톨레로-초입에-세워져-있는-시티-사인
톨레로 초입에 세워져 있는 시티 사인

마드리드-근교-여행지-지도
마드리드 근교 여행지


마드리드에서 톨레도 가는 방법 : Renfe

마드리드에서 톨레도까지 가는 가장 편리하고 빠른 교통수단은 Renfe 고속열차다. Alsa 버스로 가는 방법도 있으나, 버스 운행 시간만 1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톨레도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Plaza Elíptica 터미널까지 가야 하는데, 이곳이 주요 관광지가 모여있는 센트로(Centro) 지구에서 5~6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거기까지 가는 데만도 꽤 시간이 걸린다. 


1. Renfe 승차역 및 시간 정보

톨레도행 Renfe 고속열차는 마드리드의 아토차역(Puerta de Atocha)에서 출발하는데, 아토차역에서 톨레도까지는 약 35분이 소요된다. 아토차역은 마드리드 센트로 지구 내에 위치해 있어, 주요 관광지 인근에 숙소가 있다면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다. 

마드리드-아토차역-전경
마드리드 아토차역

📍아토차역 위치(구글맵)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로 가는 고속열차는 일 12회 운행하며, 배차간격 1시간이다. 첫차는 오전 6시 42분, 막차는 오후 6시 45분에 출발한다. 톨레도에서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열차는 오전 7시 55분 첫차를 시작으로, 오후 7시 12분까지 약 30분~1시간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2024년 10월 기준) 

2. Renfe 예매 및 요금 정보

승차권은 Renfe앱을 통해 예매하거나 아토차역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나는 현장에서 키오스크로 구매하여 지류승차권을 발급받았다. 요금은 편도 14유로다. 왕복 승차권을 구매하면 23유로로 5유로를 할인받을 수 있다.  


톨레도 개요

마드리드에서 남서쪽으로 약 70km 떨어진, 타호(Tajo) 강 연안에 자리한 톨레도는 스페인 중세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적지로,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다. 

1. 톨레도의 역사 

스페인의 옛 수도였던 톨레도는 수천 년 동안 다양한 문명이 교차하며 발전한 곳으로,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의 유적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기원전 192년 로마 제국이 톨레도를 정복하면서, 중요한 군사 요새로 활용되었다. 이 시기 타호강을 가로지르는 많은 다리와 수로가 건설되었는데, 알칸타라 다리((Puente de Alcántara)는 로마 시대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는 유적 중 하나다.  

톨레도의-알칸타라-다리
톨레도의 알칸타라 다리

6세기 중반,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서고트 왕국이 톨레도를 수도로 삼으면서 기독교의 중심지로 발전한다. 그 후 8세기부터 약 400년간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다가 1085년 알폰소 6세에 의해 탈환된 뒤로 기독교 왕국의 핵심 도시로 자리잡는다. 

이후로 톨레도는 여러 종교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나가는데, 이때 탄생한 것이 무데하르 양식이다. '무데하르(Mudejar)'는 아랍어에서 온 표현으로 '잔류자'라는 의미인데, 이베리아 반도가 기독교 세력에 의해 탈환된 후 이곳에 남아 있던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 양식을 말한다. 고딕과 로마네스크에 이슬람적 요소가 융합되어 있는 것이 특징으로, 알카사르 요새(Alcázar)를 비롯하여 톨레도 대성당, 산 마르틴 다리(Puente de San Martín) 외에도 수많은 톨레도의 성벽과 문에서 무데하르 건축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서고트 왕국 하에서 가톨릭에 의해 박해를 받던 유대교인들은 이슬람 지배 시기에 들어서 학문과 상업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종교적 관용이 상대적으로 널리 퍼져 있던 이 시기에 톨레도는 다문화 도시로 변모한다. 

2. 톨레도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톨레도는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가 융합된 독특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가진 도시로,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로마 제국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수로 시설에서 중세 고딕 양식과 무데하르 양식이 혼재된 톨레도 대성당과 알카사르 요새, 유대교 회당으로 지어진 산타 마리아 라 블랑카 회당 (Sinagoga de Santa María la Blanca)까지 도시 전체가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톨레도의 명소 

1. 톨레도 대성당(Santa Iglesia Catedral Primada de Toledo)

톨레도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톨레도 대성당은 페르난도 3세가 1227년 건축하기 시작해 약 260년에 걸쳐 완성된 성당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고딕 양식의 외관을 한 톨레도 성당의 내부로 들어서면 곳곳에서 이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천장과 기둥, 문과 아치 등의 장식을 보면 이슬람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하학적 문양과 아라베스크 패턴이 곳곳에 눈에 띈다. 

톨레도-대성당
톨레도 대성당

톨레도 대성당에 왔으면 꼭 봐야 할 것들이 있는데, 제단 뒤의 천장에 구멍을 내어 만든 채광창 '트란스파렌테(Tranparente)', 그리스 크레타섬 출신의 화가 엘 그레코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의 예수를 그린 '엘 에스폴리오(그리스도의 옷을 벗김)', 13세기 프랑스의 루이 9세가 카스티야 왕국의 알폰소 10세의 대관식 선물로 보낸 '그림 성경', 금과 은 등 수많은 보석으로 장식된 무게 180kg의 성체 현시대 등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트란스파렌테'였다. 채광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줄기가 제단을 비추는 모습이 신비롭고 오묘했다. 건축가 '나르시스 토메(Narciso Tomé)'가 대리석과 석고를 이용하여 제작한 이 채광창의 가장자리에는 여러 명의 천사들이 앉아있는데, 마치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등골이 오싹했다. 지은 죄가 많아서인지.🥲 

톨레도 대성당의 입장료는 성인 12유로이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하거나 현장에서 구매하면 된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영어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월~토요일오전 10시~오후 6시 30분, 일요일오후 2시~6시 30분까지다. 휴무일 등 시기별 상세한 운영시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톨레도-대성당-홈페이지-링크-배너
 

2. 알카사르 요새(Alcázar de Toledo)

톨레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알카사르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군사 요새로 사용되었던 건축물로, 여러 시대를 거치며 전쟁으로 파괴되어 재건을 거듭해 왔다. 그런 이유로 각 시대의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서고트 왕국 시대에는 왕궁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현재는 군사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톨레도-알카사르-전경
톨레도 알카사르

알카사르 입장료는 성인 5유로, 18세 이하는 무료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로, 오후 4시 30분 전까지 입장해야 한다. 월요일국경일휴무다.(1월 1, 6일/5월 1일/12월 24, 25, 31일 휴무

매주 일요일3월 29일(박물관 건립일), 4월 18일(세계유산의 날), 5월 18일(국립박물관의 날), 10월 12일(스페인 국경일), 12월 6일(헌법기념일)은 무료입장이다.


3. 산토 토메 성당(Iglesia de Santo Tomé)

산토 토메 성당은 11세기에 세워진 중세 가톨릭 교회로, 엘 그레코의 걸작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El entierro del Conde de Orgaz)'이 소장되어 있어 유명해진 곳이다. 여러 시대를 거치며 전란으로 파손되어, 14세기에 무데하르 양식으로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산토-토메-성당의-외부-경관
산토 토메 성당

산토 토메 성당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을 만큼 작고 소박한 건물이었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유럽의 흔한 성당의 외관은 아니었다. 노란색 천장과 내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예배당은 아늑하고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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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에 일어난 기적을 묘사한 성화로, 엘 그레코가 1586년부터 그리기 시작해 1588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톨레도의 귀족이었던 오르가스 백작은 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자선과 기부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으로, 톨레도 지역에서 큰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산토 토메 성당의 재건 역시 그의 기부로 가능했다. 이런 선행의 실천으로 그의 장례식에 성 스테판과 성 아우구스틴이 나타나 그의 시신을 직접 매장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오스가스 백작의 매장'을 보면 그림의 상하단이 나뉘어 있는데, 하단은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가 치지고 있는 현실세계를 묘사하고 있고, 상단은 성 스테판과 성 아우구스틴이 백작의 시신을 안고 천상으로 올라가는 영적세계를 나타낸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의 '천지장조'와 더불어 세계 3대 성화로 꼽힌다고 한다. 이런 명화를 직접 두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산토 토메 성당의 관람시간하절기(3월~10월 15일)오전 10시~오후 6시 45분, 동절기(10월 16일~2월)오전 10시~오후 5시 45분이다. 1월 1일과 12월 25일은 휴무다. 입장료는 성인 4유로, 어린이(11~16세)는 3유로다. 


4. 소코도베르 광장(Plaza de Zocodover)

소코도베르-광장
소코도베르 광장

소코도베르 광장은 톨레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광장으로 이슬람 통치시기에는 가축시장이 열리던 곳이다. 주변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상점들이 가득 들어차 있어 톨레도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광장에는 맥도널드도 있었는데 왠지 톨레도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매주 화요일에는 이곳에서 전통시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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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관광 열차 '소코트렌'

톨레도에는 '소코트렌(Zocotren)'이라 불리는 관광용 꼬마기차가 다니는데, 소코트렌의 티켓부스가 소코도베르 광장에 있다. 타호강을 따라 도시 한 바퀴를 도는데 약 45분이 소요된다. 

첫 열차오전 9시 30분, 막차일요일~목요일 오후 9시, 금, 토요일오후 9시 30분에 출발한다. 시기별로 운영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요금은 성인 9유로, 어린이는 6유로다. 티켓은 소코도베르 광장의 티켓 부스에서 구입하거나 공식홈페이지에서 예매하면 된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제공된다. 참고로, 소코트렌의 정식 명칭은 톨레도 관광 열차(Tren Turístico Toledo)다. 구글 검색창에서 'Tren Turístico Toledo'로 검색해야 홈페이지가 나온다. 

소코트렌-홈페이지-링크-배너


5. 플라이 톨레도(Fly Toledo) : 집라인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타호강을 가로지르는 집라인 '플라이 톨레도'를 타 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 될 것이다. 길이는 180m로 길지 않지만, 톨레도라는 중세 유적을 배경으로 짚라인을 타고 있는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한번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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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톨레도 집라인

플라이 톨레도의 출발지점은 산 마르틴 다리 근처다. 요금은 11.99유로, 사진촬영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3유로를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하절기(3월 30일~10월 26일)에는 오전 11시~오후 8시, 동절기오전 11시~오후 6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체중 20~120kg까지 탑승 가능하며, 20kg 이하의 어린이는 어른과 함께 타면 된다.  

📍플라이 톨레도 집라인 위치(구글맵)


6. 기타

톨레도는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유적이고 유물이다. 위에서 언급한 장소들 외에도 둘러볼 곳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엘 그레코 미술관, 산 후안 수도원, 유대교 회당, 파라도르를 비롯한 톨레도 곳곳의 전망대(Mirdor)들. 

톨레도의 전통과자 '마사판(Mazapan)'도 한번 맛보기를 권한다. 아몬드와 설탕으로 만든 반달모양의 디저트인데, 생각보다 많이 달아서 소량만 구입해 맛만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곳곳에 마사판을 판매하고 있는 패스트리 전문점이 있다. 

톨레도는 검 제작으로도 유명한 도시인데, 알카사르 요새나 톨레도 대성당 근처의 기념품 가게나 공방 등에서 검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시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일정이 맞다면 참여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톨레도의-세라믹-공방과-기념품점
톨레도의 세라믹 공방과 기념품점

엔틱한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기념품점들도 넘쳐난다. 빈티지하고 독특한 세라믹 제품들이 많아서 사 오고 싶었지만 무게때문에 참았다.😹 


결론

톨레도는 마드리드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오기 좋은 곳이긴 하나, 개인적으로는 며칠을 잡고 가도 좋았을 것 같다. 골목골목 도보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톨레도는 보석 같은 도시였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파라도르에서 톨레도의 일몰을 감상하며 하루를 묵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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