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포르투 역사지구에 위치한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과 포르투의 대표적인 쇼핑거리인 산타 카타리나 거리, 그 인근의 불량시장과 알마스 성당 그리고 포르투 시청을 둘러보려고 한다.
1.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Museu do Vitral)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 2층 전경 |
영업시간 : 10시~13시/14시~19시(매일)
입장료 : €8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은 포르투 대성당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규모가 아담한 3층짜리 하얀 건물이었다. 벽에 Museu do Vitral이라고 쓰여있는 걸 보지 못했다면 그냥 일반 주택으로 알고 지나쳤을 것 같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기 위한 밑그림 |
스테인드글라스는 르네상스시대부터 유행한 회화의 한 형태인데, 주로 교회나 수도원과 관련된 종교적 서사를 담은 작품으로 신도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이 박물관에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 스튜디오인 '아틀리에 아투네스(Atelier Antunes)'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906년 포르투에서 설립한 아틀리에 아투네스(Atelier Antunes)의 현 대표인 João Aquino da Costa Antunes는 가업을 물려받아 3대째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고 있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롤링이 영감을 받았다는 포르투의 렐루 서점(Livraria Lello) 내에도 이 스튜디오에서 만든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위해 그려놓은 오리지널 스케치, 400색의 유리로 만든 만화경, 다양한 장식 패널과 설치미술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2층의 전망이 너무 좋다. |
박물관에 입장을 하면 포트 와인 한 잔을 나눠준다. 마시면서 관람이 가능하여 나는 2층에 들고 올라와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마셨다. 오픈하자마자 입장을 했더니 관람객이 거의 없었다. 2층 창밖 뷰가 너무 예쁘다. 이렇게 와인 한잔하고 가는 것만으로도 8유로의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벽에 투영된 스테인드글라스의 빛깔이 아름답다. |
박물관은 목조 마루에 내벽도 외벽과 마찬가지로 흰색이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투영한 햇살이 오묘한 빛깔로 벽에 번진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스테인드글라스나 아줄레주, 칼사다 포르투게사 모두 정교한 작업이라 시간과 정성이 엄청 들어갈 듯하다. 정말 장인이라 부를 만하다.
이 박물관에는 20세기 초에 제작된 '야경꾼(The Night Watchman)'이란 작품이 있는데, 2차 세계대전 중 박물관 직원이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패널을 모두 분리하여 따로따로 숨겨두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패널을 다시 모아 조각을 맞추었는데 한 개가 모자랐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뒤, 포르투의 한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면서 사라졌던 그 조각이 발견되었다.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 드디어 완전한 야경꾼이 완성된 것이다. 기적 같은 일이다.
아쉽게도 박물관을 다녀온 후에야 이 이야기를 알게 되어 야경꾼이 어떤 작품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사진이 나오질 않는다. 아 궁금해라.
영업시간 : 오전 8시~12시(정오)/일요일 휴무
불량시장을 보러 서둘러 걷는다. 불량시장은 12시면 문을 닫는다.
재래시장을 상상하며 갔는데 완전 모던한 시장이었다. 바닥도 깨끗하고 통로가 넓어 둘러보기 편하다.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이 깔끔한 시장은 무려 1914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코헤이아 다 실바(Correia da Silva)라는 건축가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설계한 이 시장은 철제구조물과 목조 지붕, 화강암 벽돌과 철근 콘크리트를 이용해 당시로서는 최첨단 공법으로 지어진 건축물이었다. 2013년에는 포르투갈의 공공보존건축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호박들 |
시장에는 주로 야채와 과일, 절임류 파는 곳이 많았다. 진열을 색색깔로 예쁘게도 해 놓아 더 맛깔스러워 보인다. 호박 색도 이렇게 다양하구나. 자연의 색은 참 편안하고 조화롭다.
다양한 올리브들 |
맛있는 올리브 절임들. 한국이었으면 잔뜩 사 갔을 텐데. 아쉽다. 한국에서 병에든 올리브만 사 먹다가 이곳에선 갓 절인(?) 신선한 올리브를 먹으니 정말 천지 차이였다. 단단하고 탱글한 올리브는 정말 맛있다.🫒
3. 알마스 성당(Capela das Almas)
알마스 성당(Capela de Almas) |
산타 카타리나 성당(Capela de Santa Catarina)이라고도 불리는 이 성당은 산타 카타리나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예배당인데 원래는 목조 건물이던 것을 18세기말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유난히 짙은 푸른색의 아줄레주 벽화는 1929년 에두아르두 레이트(Eduardo Leite)가 18세기에 유행하던 고전주의 양식으로 장식한 것이라고 한다. 만오천 개의 타일 조각으로 산 프란체스코와 산타 카타리나의 족적을 그려 놓았다고 한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당시 성당에 쓰일 아줄레주 타일 일부가 깨진 채로 도착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에두아르두 레이트는 그의 팀과 논의 끝에 교체품을 기다리지 않고 깨진 조각을 그대로 사용하여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성당 정면 어딘가를 자세히 보면 깨진 타일들로 장식된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못 찾음😅)
알마스 성당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아줄레주 장식으로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다른 건축물의 아줄레주와 비교하면 푸른색이 유독 진하고, 또 흰색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꽉 들어찬 푸른 아줄레주가 도자기를 연상시켰다. 건축물 자체가 예술작품과 진배없다.
4. 산타 카타리나 거리
산타 카타리나 거리 |
알마스 성당은 포르투의 가장 번화한 쇼핑가인 산타 카타리나(Santa Catarina) 거리에 있다.
상벤투역 인근의 바탈랴 광장(Praça da Batalha)에서 마르케스드폼발 공원(Jardim do Marquês de Pombal)까지 뻗어 있는 약 1.5km 길이의 이 거리에는 쇼핑센터와 레스토랑, 호텔, 각종 상점들이 모여 있다.
산타 카타리나 거리의 제과점 Doce Porto grupo Boca Doce |
알마스 성당에서 산타 카타리나 거리를 사이에 두고 길을 건너니 Doce Porto grupo Boca Doce라는 제과점이 있다. 유명한 곳인지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5. 포르투 시청사(Câmara Municipal do Porto)
포르투 시청사 |
정처 없이 걷다 보니 도로 한가운데 광장이 펼쳐진다. 광장 끝에는 클레리구스 종탑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장식의 높은 타워가 하나 서 있다. 바로 포르투 시청이다.
포르투 시청은 앞서 들렀던 불량시장(Mercado do Bolhão)을 설계했던 코헤이아 다 실바(Correia da Silva)가 역시 설계한 건물이라고 한다. 1920년에 착공하여 1955년에 완성되었단다. 그 사이 여러 차례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나 보다. 1957년 이후로 계속해서 시청사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저 중앙 시계탑의 높이는 70m나 된다고 한다.
시청 앞의 저 넓은 광장은 움베르투 델가두 장군 광장(Praça General Humberto Delgado)이다.
움베르투 델가두 장군 광장의 야경 |
시청사와 이 광장은 야경 맛집이다. 시청을 등지고 바라본 광장의 모습인데 오렌지빛 조명에 물든 중세스런 건축물과 가로수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아~ 이 글을 쓰면서 포르투가 다시 그리워진다.🥰
🚶오늘의 여정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불량시장⇨알마스 성당⇨산타카타리나 거리⇨포르투 시청
오늘의 여정 |
결론 : 포르투의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에서 시작해 불량 시장, 알마스 성당, 그리고 산타 카타리나 거리에서 시청까지의 도보 여행은 문화 체험에서 쇼핑 욕구까지 충족시켜 주는 풍성한 경험이었다. 각 장소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어 포르투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포르투의 진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