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커피 이야기(+포르투 SO Coffee Roasters 후기)

내가 경험한 포르투갈의 커피는 모두 맛있었다. 물론 양질의 원두를 사용한 덕이기도 하겠지만, 로스팅이나 블렌딩 기술도 뛰어난 것 같다. 거기에 숙련된 바리스타의 역량까지 더해져 가는 곳마다 만족스러운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오늘은 포르투갈의 커피 문화와 역사, 종류 등에 대한 이야기와 포르투의 커피 체인 SO Coffee Roasters의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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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커피 이야기


포르투갈 커피 이야기

1. 포르투갈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언제일까

포르투갈에 커피가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18세기 초반의 일이다. 당시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커피와 설탕, 목재 등을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포르투갈에도 커피가 들어오게 되는데, 초창기의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상류층 사이에서는 사교의 수단으로써 포르투갈 문화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의 카페는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모이는 사교의 장소였다. 

2. 커피와 포르투갈 사회의 변화 

커피는 포르투갈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커피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카페에서 만남을 갖기 시작했다. 카페는 정치적, 문화적 담론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새로운 사상과 정보가 전파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포르투갈 혁명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들도 카페에서 논의되었으며, 이는 커피가 포르투갈 사회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포르투갈의 독특한 커피들

1. 포르투갈의 에스프레소 '비카(B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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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에스프레소 커피 비카(Bica)

비카(Bica)는 포르투갈의 전통적인 에스프레소 스타일 커피다. Bica라는 명칭은 'Beba Isto Com Açúcar'에서 온 것으로 번역하면 '이것은 설탕과 함께 마셔라'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는 이 커피의 쓴 맛이 매우 강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처럼 보통 25~30㎖의 적은 양이 나온다. 비카는 진하고 강한 풍미를 가진 커피로 크레마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포르투를 포함한 포르투갈 북부 지방에서는 비카를 심발리누(cimbalino)라고 부른다.

2. 포르투갈의 카페라테 '갈롱(Galão)'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또 다른 커피는 '갈롱(Galão)'이다. 갈롱은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섞은 커피로 카페라테와 비슷하지만 일반적으로 더 연하고 우유맛이 강하다. '갈롱(Galão)'은 원래 큰 와인잔을 의미하는데, 이 커피가 긴 유리잔에 담겨 나와서 그런 이름이 붙은 듯하다. 전통적으로는 유리잔에 나오지만 일부 카페에서는 세라믹 머그에 서빙되기도 한다. 

3. 포르투갈의 플랫화이트 '메이아 드 레이트(Meia de Leite)'

메이아-드-레이트
메이아 드 레이트

메이아 드 레이트(Meia de Leite)는 포르투갈어로 '우유 반(half)'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비율을 1:1로 섞은 커피로 호주의 플랫화이트나 스페인의 코르타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코르타도에 비하면 우유 거품이 더 풍부하고 크리미한 질감이다. 

4. 포르투갈의 투샷 아메리카노 '아바타나도(Abatanado)'

아바타나도(Abatanado) 역시 포르투갈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의 하나로 더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넣어 희석한 커피다. 'Abatanado'는 '묽게 하다', '약하게 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포르투갈어 동사 'Abatar'에서 파생된 말이다. 이탈리아의 룽고(Lungo)나 미국의 아메리카노와 유사하지만, 샷을 추가해 진한 맛은 유지하면서 에스프레소보다 많은 양을 마실 수 있다. 에스프레소보다는 연하고 아메리카노보다는 진한 맛이라고 보면 된다. 크레마는 에스프레소보다는 엷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커피 체인

1. Delta Cafés

Delta Cafés는 포르투갈의 유명한 기업가인 Rui Nabeiro가 1961년 포르투갈 남동부의 Campo Maior라는 작은 마을에 세운 커피 로스팅 공장에서 시작했다. Rui Nabeiro 단순한 기업인을 넘어 포르투갈 커피 산업의 성장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고 한다. Delta Cafés는 현재 포르투갈 최대의 커피 기업 중 하나로 로스팅에서 유통, 카페 운영까지 하고 있으며, 전국에 수백 개의 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포르투갈뿐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등 해외에도 진출해 있다. 공정무역 커피빈과 다양한 블렌딩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2. Padaria Portuguesa

2010년 리스본에 제1호점을 연 Padaria Portuguesa는 현재 1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카페와 베이커리를 결합한 콘셉트로 신선한 빵과 페이스트리, 품질 좋은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리스본에 집중되어 있으나 전국으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3. Nicola Cafés

Nicola Cafés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브랜드 중 하나다. 1789년 리스본의 Rossio 광장에 처음 문을 연 이 카페는 오랜 세월 단일 매장으로 운영되다가 점차 포르투갈 여러 지역에 지점을 열기 시작했다. Nicola Cafés는 자체 로스팅한 고품질의 커피로 포르투갈 전통 커피 메뉴와 현대적인 커피 음료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또한 슈퍼마켓에도 포장 커피를 유통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커피 문화는 주로 작은 로컬 카페들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기 때문에, 대규모 체인점의 발달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포르투갈의 커피 체인들은 스타벅스와 같은 국제적인 대형 체인점들과는 달리 현지의 커피 문화와 취향을 반영하여 운영되고 있다.


SO Coffee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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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offee Roasters, R. de Sá de Noronha

📍SO Coffee Roasters, Sá de Noronha 매장 위치

R. de Sá de Noronha 119, Porto
☎ +351223160735
오전 9:00~오후 5:00(월~토요일)/오전 9:30~오후 1:30(일요일)

포르투에 와서 처음 방문한 카페가 SO Coffee Roasters였다. SO Coffee Roasters는 포르투에서 문을 연 카페로 현재 포르투에 4개, 리스본에 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카페 이름인 'SO'는 포르투갈어 'Sudoeste'를 줄인 말로 '남서쪽(Southwest)'을 의미한단다. 이는 이 카페의 고향인 '포르투'가 포르투갈의 남서쪽에 위치한 데서 착안한 것으로, 카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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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offee Roasters, Sá de Noronha 매장 2층

SO Coffee Roasters의 특징은 매장별로 인테리어를 각기 달리 하여 간판을 보지 않으면 이곳이 체인점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동네 골목에 있는 작은 규모의 여느 로컬 카페처럼 보인다. 나는 포르투에 있는 매장 두 곳을 가 보았는데, 가장 먼저 갔던 곳은 Sá de Noronha거리에 있는 매장이었다. 모던하고 감각적인 실내 분위기에, 2층에는 전기콘센트가 여럿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어 디지털 노매드들이 즐겨 찾을 듯한 곳이었다. 물론 한쪽 구석에는 작은 테이블이 있는 독립적인 공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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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offee Roasters의 커피와 브런치

카페 분위기가 편안하고 조용해서 일단 맘에 들었는데, 커피와 브런치 맛을 보고는 이 카페의 단골이 되었다. 비록 포르투에 머무는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카페이니 당연히 커피가 맛있어야 하는데, 이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대만족이었다. 바디감과 산미가 적절히 조화된 진하고 풍부한 향의 커피다. 베리류와 뮤즐리, 그릭요거트가 소복이 담긴 아사이볼. 리코타 치즈와 토마토, 루꼴라에 견과류가 풍성히 올라간 토스트는 맛과 건강을 다 잡은 맛이다. 이 카페의 모든 메뉴가 훌륭할 것이라는 신뢰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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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Coffee Roasters-The Feeting Room 매장

📍SO Coffee Roasters-The Feeting Room 매장 위치

Loios, Largo dos Lóios 89, Porto
☎ +351223160735
오전 10:00~오후 5:00(일요일, 월요일 휴무)

내가 가 본 또 다른 매장은 SO Coffee Roasters-The Feeting Room이었는데, 이곳은 카페와 옷 가게를 같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위화감 없이 조화롭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심지어 진열되어 있는 옷들도 이쁘다. 다만 이곳은 클레리구스 성당에서 가까운, 주요 관광지가 모여있는 핫 스폿에 위치하고 있어 카페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Sá de Noronha 거리의 매장을 추천한다. 

SO-Coffee-Roasters-The-Feeting-Room-매장
SO Coffee Roasters-The Feeting Room 매장

그리고, 이 매장에는 브런치 메뉴가 없다. 푸드 메뉴로는 크로와상과 쿠키, 치즈케이크 정도의 디저트류만 있다. 커피는 분명 같은 원두를 쓸 텐데 바리스타의 영향인지 먼저 갔던 Sá de Noronha 매장의 커피보다 맛이 좀 연했다. 그래도 확실히 평균 이상이다. 만족.🥰

SO Coffee Roasters에 대해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영업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직원 복지가 좋은 회사다.😆오후 6시까지 하는 매장도 있긴 한데, 어쨌든 저녁에는 이용이 불가하니 영업시간을 확인하고 방문하시기를 권한다.  


결론

어느 나라나 커피는 이제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일상이다. 또한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카페인 충전으로 하루를 버텨내게 하는 에너지 공급원이기도 하다. (나도 카페인 중독자다.😂) 그래서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그 나라의 카페와 커피를 경험하는 것은 그곳 특유의 문화를 엿보는 일이라 흥미롭다. 

포르투갈 커피 이야기를 포스팅하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읽어 보는 시간도 즐거웠다. 미리 공부를 하고 가서 경험했으면 더 재미있을 뻔했다. 어쨌든 결론은 포르투갈 커피는 맛있다는 것이다.😊포르투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SO Coffee Roasters도 꼭 가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