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Flamenco)란?
1. 플라멩코의 기원
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시작된 스페인의 민족 예술로, 15세기 인도 북부에서 들어온 집시들의 음악과 춤, 리듬이 안달루시아의 전통 음악과 어우러져 발전해 왔다. 따라서 플라멩코에는 집시 특유의 감성과 정서가 배어 있다.
뿐만 아니라 안달루시아 지방은 역사적으로 이슬람과 유대교, 기독교 등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교차했던 장소인 만큼, 자연히 플라멩코에도 이러한 다문화적 요소들이 녹아 있다.
2. 플라멩코의 구성요소
플라멩코는 칸테(Cante, 노래)와 바일레(Baile, 춤), 토케(Toque, 기타 연주)가 융합된 예술 형태다.
칸테(Cante, 노래)
'칸테'는 '노래'를 말하며, 주로 1인칭 화자가 기타 연주에 맞춰 코러스 없이 독창을 한다. 플라멩코의 노래 가사는 간결하고 단순하다. 진솔한 노랫말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스페인 남부는 8세기에서 15세기에 걸쳐 무어인이 지배하던 지역으로 음악이나 건축,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플라멩코의 가수는 곡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선율을 꾸미며 노래하는데, 이는 집시 음악의 전통이자 아랍 음악의 특징적 요소다.
바일레(Baile, 춤)
플라멩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바일레(춤)'는 열정과 구애의 춤으로, 슬픔에서 기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역동적인 몸짓으로 표현한다.
성별에 따라 춤사위가 달라지는데, 남성무용수(Bailaor, 바일라오르)는 여성무용수(Bailaora, 바일라오라)에 비해 발을 더 많이 사용한다. 플라멩코의 격렬하면서도 절도 있는 몸짓과 박력 넘치는 화려한 발놀림, 우아하고 관능적인 손짓은 관중을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특히, 구두로 무대 바닥을 치는 '사파테아도(Zapateado)'라 불리는 동작은 맥박을 요동치게 한다.
토케(Toque, 기타 연주)
칸테와 바일레에 궁극의 기교와 황홀한 선율로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바로 '토케(기타 연주)'다. 토케는 원래 춤과 노래의 반주 역할을 해 왔으나, 이제는 플라멩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성 요소가 되었다. 플라멩코 전용 기타는 강하고 빠른 플라멩코 연주의 특성상 일반 클래식 기타와 구조나 재질이 다르게 만들어진다고 한다.
플라멩코의 기타리스트를 '토카오르(Tocaor)'라고 하는데, 이들 중에는 Tomatito로 더 잘 알려진 호세 페르난데스 토레스(José Fernández Torres)와 같이 솔로 연주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영화 '정사(1998)'의 OST로 사용되었던 'Manha de Carnaval'을 연주한 '파코 데 루시아(Paco de Lucia)'도 플라멩코의 연주자다.
Casa de la Memoria 공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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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a de la Memoria 입구 전경 |
1. Casa de la Memoria 극장
Casa de la Memoria 극장은 세비야 대성당에서 북쪽으로 약 800m 떨어진 쿠나(Cuna)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객석 80석 남짓의 소규모 플라멩코 공연장으로 바로 코앞에서 무대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나는 맨 앞 줄에 앉아서 관람을 했는데, 무용수가 발을 구를 때마다 심장이 두근댈 지경이었다. 마치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는 것처럼 배우와 함께 호흡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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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a de la Memoria 위치 |
세비야에서의 일정이 길지 않아 당일 예매가 가능하면서 숙소가 가까운 공연장을 알아보던 차에, 마침 Casa de la Memoria에 밤 9시 티켓이 남아 있어 운 좋게도 공연을 볼 수 있었다.
Casa de la Memoria가 자리하고 있는 건물은 16세기에 세워진 건축물로, 세비야의 귀족 가문이 소유했던 궁전의 일부라고 한다.
2. 공연시간 및 요금
Casa de la Memoria의 플라멩코 공연은 공식적으로는 저녁 6시와 7시 30분에 있는데, 하절기에는 밤 9시에도 공연을 하는 날이 있다. 공연 횟수가 요일별로 조금씩 다르므로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해야 한다. 공연 시간은 1시간이다.
공연료는 성인 22유로, 11세 이하의 어린이는 12유로다.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18유로에 입장할 수 있다. (2024년 10월 기준)
예매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면 되는데, 예매를 취소하게 될 경우 공연 시간 24시간 전까지는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Casa de la Memoria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3. 공연 내용 및 감상평
포르투갈의 파두(Fado) 공연은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관객들은 조용히 가수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반면에 플라멩코(Flamenco)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퍼포먼스로 청중의 혼을 쏙 빼놓는다. 고조되는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들썩이고 있는 몸뚱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신기한 것은 두 공연 모두 가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공연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역시 음악과 춤은 만국공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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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a de la Memoria 내부 전경 |
플라멩코의 무용수는 관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가졌다. 몸짓 하나에서 표정, 발동작, 손끝의 움직임까지 섬세하고 치열했다. 공연을 보면서 소름이 돋는 순간이 많았다. 플라멩코는 그야말로 열정 그 자체다.
기타 연주 역시 압도적이었다. 스피커를 통해서만 들어봤던 트레몰로와 아르페지오 주법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아, 그 현란하고 우아한 손놀림. 타고난 재능 덕도 있겠지만 저런 경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공연자들이 서로의 감정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며 소통하듯 각자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객들도 흥이 나면 나는 대로 박수와 함성으로 공연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공연 중에는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공연자들이 무대 인사를 할 때에만 촬영이 가능하다.
결론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하게 된다면 플라멩코 공연은 반드시 볼 것을 추천한다. 잠들어 있던 열정이 깨어날 것이다. 세비야만 해도 수많은 플라멩코 공연장이 있다. 어디를 가도 좋겠지만, 바로 코앞에서 무대를 즐기고 싶다면 Casa de la Memoria를 찾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