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는 '스페인' 하면 떠올렸던 이미지를 고대로 옮겨놓은 듯한 도시다. 북부의 도시들과는 공기도 냄새도 다르다.
오늘은 세비야의 산타 크루스(Santa Cruz) 도보여행 이야기를 남겨 보려고 한다. 산타 크루스 지역은 과거 유대인의 정착촌으로, 세비야의 다문화적 색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세비야 대성당에서 세비야 대학, 스페인 광장을 거쳐 마리아 루이사 공원(Parque de María Luisa)까지의 여정을 공유한다.
세비야 대성당 : 세계에서 가장 큰 고딕성당
세비야 대성당 |
세비야 대성당 내부 |
세비야 대학교 : 오페라 '카르멘'의 배경
스페인 광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아카데믹해 보이는 건물이 눈에 띄어 들어가 보니 세비야 대학이다.
세비야 대학 전경 |
세비야 대학은 1505년 왕립대학으로 설립된 스페인의 명문 대학이다. 현재는 기술 과학 분야의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세비야 대학이 위치한 이곳은 대학이 들어서기 전까지 담배공장으로 사용되던 곳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담배공장 중 하나였던 이곳은 대학이 설립된 이후로도 한동안 가동되다가,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대학 건물로 리모델링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에서 카르멘이 일하던 담배공장의 배경이 이곳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를 미리 알고 세비야 대학을 방문한다면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참고로, 근처를 지나다가 볼일이 급하다면 세비야 대학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유럽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중 화장실이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아서, 나같이 화장실을 자주 가는 사람은 계획에 없던 지출을 많이 하게 된다.😂
스페인 광장 : 세비야의 얼굴이자 심장
스페인 광장의 야경 |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스탕달 신드롬과 비슷한 체험을 한 적이 두 번 있었다. 바로 이곳 스페인 광장과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내부에 들어섰을 때였다. 특히 밤에 찾은 스페인 광장은 정말이지 비현실적이었다.
스페인 광장은 1929년 이베로아메리카 박람회(Exposición Iberoamericana)를 위해 아니발 곤살레스(Aníbal González)라는 세비야 출신의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반원형 구조의 광장 중앙에는 운하가 흐르고, 그 위로는 네 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는 각각 스페인의 가톨릭 왕국인 아라곤, 카스티야, 레온, 나바라를 상징한다고 한다.
회랑의 벽면은 스페인 48개 지방의 역사를 상징하는 타일 벽화와 휘장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 앞으로는 화려한 빛깔과 기하학적 무늬의 타일로 덮인 벤치가 놓여 있다. 이러한 타일 장식 패널을 '아술레호스(Azulejos)라고 하는데, 이는 포르투갈의 아줄레주와 함께 이슬람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스페인 광장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배우 김태희의 레전드 광고 'LG 사이언'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매혹적인 손짓으로 플라멩코를 추던 리즈 시절 김태희의 모습은 여자가 봐도 치명적이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2(클론의 습격)에서 나부 행성의 궁전으로 등장한 건물도 스페인 광장이었다고 한다.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을 때 운 좋게도 광장 중앙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하고 있었다. 공연장에서 보는 플라멩코에 비하면 의상은 초라했지만 광장에서 보는 플라멩코는 왠지 더 자유롭고 강렬하게 느껴졌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맛이라고나 할까.
광장 안팎으로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버스킹 공연도 열린다. 저녁에 운하의 다리 위에서 디지털 관악기를 연주하는 버스커가 있었는데, 그 선율이 너무 구슬프고 아름다워 눈물이 날 뻔했다.
스페인 광장은 세비야의 얼굴이자 심장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비야를 방문한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곳이다. 스페인 광장의 낮과 밤은 각기 다른 매력이 있으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낮과 밤 모두 방문해 보길 권한다. 참고로 방문하는 계절이 여름이라면 더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좋다. 세비야의 한여름 더위는 살이 녹아내릴 듯 뜨거웠다.
스페인 광장은 입장료가 없다. 오전 8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갔는데, 내가 방문했던 날은 밤 10시에 문을 닫았다.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리아 루이사 공원
마리아 루이사 공원 |
광장을 둘러보았다면 바로 옆에 있는 마리아 루이사 공원(Parque de María Luisa)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공원은 원래 산 텔모 궁전(Palacio de San Telmo)의 정원이었다고 한다.
마리아 루이사 공원에는 볼거리들이 많다. 이국적인 수목들로 가득한 산책로 곳곳에는 독특한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다. 무데하르 양식의 건축물과 화려한 타일로 장식된 아름다운 분수도 볼 수 있다. 연못에는 백조와 오리들이 놀고 있다.
한가로이 산책하고 쉬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