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alf Rabbit by Bordalo II
Half Rabbit by Bordalo II |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이 거대한 토끼는 포르투갈의 유명한 거리 예술가 Artur Bordalo의 'Half Rabbit'이란 작품이었다. Bordalo II로 더 잘 알려진 그는 환경 문제와 폐기물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재활용품을 이용한 설치미술 작품활동을 주로 하고 있는데, Half Rabbit은 그의 'Big Trash Animals' 시리즈의 일부라고 한다.
토끼의 앞쪽 몸통만 있어서 Half Rabbit인가 보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폐자재와 플라스틱 폐기물 등을 얼기설기 엮어 토끼의 형상을 만들어 놓았다. 인간이 양산해 낸 쓰레기들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동물의 모습을 그린 듯하다.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작품이다.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은 불필요한 물건들을 계속해서 생산해 낸다. 이로 인해 생태계는 파괴되고 야생동물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병들어 가는 지구는 자연재해로 인간에게 되갚는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로 돌아온다. 악순환이다.
무거운 맘으로 골목 안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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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타마리나 성모교회(Igreja Paroquial de Santa Marinha)
조금 걸으니 소박한 외관의 교회가 하나 보인다. 새하얀 건물 모서리에 간결하게 장식한 아줄레주 타일이 인상적이다.
산타마리나 성모교회(Igreja Paroquial de Santa Marinha) |
산타마리나 성모교회(Igreja Paroquial de Santa Marinha)다. 이 교회는 산타마리나 성인을 기리기 위해 18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정면 파사드(façade)의 정교한 석조 장식은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의 특징이라고 한다.
산타마리나 성모교회 내부 |
내부에 들어서니 측벽과 제단화의 배경으로 아줄레주 타일들이 보인다. 여타 성당에 비하면 화려함은 덜하지만 섬세한 목조 조각과 어우러진 금박의 장식품들이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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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앳킨슨 박물관(Atkinson Museum)
성당을 나와 돌담길 사이 좁다란 언덕길 지나니 앳킨슨 박물관(Atkinson Museum)이 나온다.
앳킨슨 박물관(Atkinson Museum) |
이 건물은 1760년 José de Azevedo e Sousa라는 상인의 저택으로 지어졌다. 통조림공이었던 그는 영국과의 포트 와인 무역을 시작하면서 큰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뒤, 영국 출신의 포트와인 상인이었던 로버트 앳킨슨(Robert Atkinson)이 이 저택을 인수하여 Robert Atkinson & Co. LTD의 본사로 사용하게 된다. 로버트 앳킨슨을 포함한 영국 이주민 커뮤니티는 당시 포르투의 경제 문화 발전에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후 이 지역이 문화지구로 개발되면서 이 건물에 로버트 앳킨슨과 그의 가족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조성되었다. 내부에는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개인 물품들과 사진, 역사적 문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건물 한쪽에는 작은 예배당(Atkinson Chaple)이 있는데, 가족예배를 위해 지어졌던 이 예배당은 한때 지역 성공회 공동체의 예배당으로 사용되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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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scadaria da Tv. de Cândido dos Reis
이제 슬슬 포르투 쪽으로 넘어가야겠다. 클레리구스 성당의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들으려면 정오 전에 도착해야 한다.
동루이스 다리 방향으로 골목을 따라 걸어가는데 또 다른 거리예술 작품이 눈앞에 나타난다.
Escadaria da Tv. de Cândido dos Reis |
작품의 제목은 'Escadaria da Tv. de Cândido dos Reis'다. Cândido dos Reis는 포르투갈 공화국 수립에 기여한 군인이자 정치인의 이름이면서 이 거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계단은 구릉 지형이 많은 포르투 도심에서 구릉의 위아래 거리를 연결해 주는 전통적인 보행 통로다.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벽에 매달려 일을 하기도 하고 잡담을 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작품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포르투에서 일상의 공간이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로서의 ‘계단’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뇌피셜)
포르투의 골목은 이런 거리예술 작품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누비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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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봐도 아름다운 동루이스 다리를 건넌다.
건물 사이로 보이는 도루강 |
7월 중순인데도 날씨가 쾌적하다. 한낮의 태양은 뜨겁지만 습하지 않아서 불쾌지수가 높지 않다. 그늘 아래는 시원하고 바람도 분다. 도보 여행하기에 너무 좋은 도시다.
5. 클레리구스 성당(Igreja e Torre dos Clérigos)
클레리구스 성당과 종탑(Igreja e Torre dos Clérigos) |
하늘을 찌를 듯 삐쭉 솟아 오른 탑이 하나 보인다. 클레리구스 성당과 종탑(Igreja e Torre dos Clérigos)이다.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의 이 성당은 이탈리아의 건축가 니콜로 나소니(Niccoló Nasoni)가 '가난한 성직자의 형제회(Irmandade dos Clérigos Pobres)' 소속 클레리구스 형제의 의뢰를 받아 1750년 설립한 것이라고 한다.
니콜로 나소니는 포르투 대성당의 프레스코화를 그리기도 하였는데, 클레리구스 성당 작업에는 보수도 받지 않고 참여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시신은 유언에 따라 이 성당의 묘역에 안장되었는데, 정확한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단다.
클레리구스 종탑 |
종탑은 성당이 세워지고 4년 후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는데 완공된 것은 1763년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종탑의 영향을 받은 이 6층탑은 240개의 나선형 계단으로 탑정까지 연결된다. 탑의 높이는 75.6m로 포르투갈에서 가장 높은 종탑이라고 한다. 꼭대기에 오르면 도심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포르투는 이곳 외에도 훌륭한 뷰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굳이 올라가지 않았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니콜로 나소니는 당시 포르투에서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녀에게는 이미 정혼자가 있었고, 결국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나소니는 여인에 대한 헌사로 클레리구스 종탑 건립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작업에 온 열정을 쏟았다고 한다. 탑의 높이는 그의 사랑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이었단다. 로맨틱한 남성이로세.😆
성당 앞에 가니 사람들이 두 줄로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 줄이나 서자 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성당만 관람할 사람은 왼쪽줄에 서야 했다. 내가 서 있던 오른쪽 줄은 종탑까지 올라갈 사람들을 위한 티켓오피스로 연결되는 줄이었다. 성당만 볼 예정이었으므로 다시 줄을 옮겨 섰다.
성당은 무료입장이다. 박물관과 종탑까지 관람할 수 있는 통합 티켓은 8유로다. 통합 티켓을 구입하면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상층부에 올라 성당 내부를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한다.
클레리구스 성당의 제단화와 파이프오르간 |
성당 내부로 들어서니 온 건물을 공명하는 파이프오르간의 깊은 진동과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웅장한 제단화에 압도된다.
파이프오르간을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듣는 것은 처음이다. 나는 조물주의 존재에 늘 의문을 갖는 사람이지만, 이 순간만은 신이 있다고 느껴졌다. 신이 인간을 통해 만들어 낸 악기인 듯 파이프오르간을 통해 흐르는 선율이 마치 천상의 소리처럼 들렸다.
한참을 넋이 나간채로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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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정
Half Rabbit⇨산타마리나성모교회⇨Atkinson박물관⇨Escadaria⇨클레리구스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