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은 해산물이 맛있는 나라로 유명하다. 대서양에서 바로 잡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재료의 풍미를 살리는 조리법도 한몫하는 듯하다. 대서양 해변을 자전거로 시원하게 달리고 'Adega São Nicolau'라는 포르투 해산물 맛집에 가 보았다.
1. 포르투 맛집 Adega São Nicolau 후기
R. de São Nicolau 1, 4050-561
☎ +351222008232
오후12:00~10:30(일요일휴무)
☎ +351222008232
오후12:00~10:30(일요일휴무)
레스토랑 '아데가 상 니콜라우(Adega São Nicolau)'는 히베이라 광장 골목 안쪽으로 도루강이 내려다 보이는 경사로에 위치해 있다. 빈티지한 나무 테이블 위로는 싱그러운 초록 덩굴이 늘어져 있고, 골목 너머로는 도루강이 보인다. 노천 테이블에 앉아 이 사랑스러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음식 맛이야 어떻든 그냥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어 진다. 따라서 나의 후기는 미각보다는 시각에 영향을 받았을 확률이 높다.😆
Adega São Nicolau 내부 전경 |
실내는 마치 와인을 저장하는 지하창고 내지는 와인 오크통의 내부처럼 생겼다.(오크통 안에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그래서 레스토랑 이름에 'Adega'를 넣었나 보다. Adega는 와인 저장고 또는 와인 양조장을 의미한다고 한다. 포르투갈에서는 와인과 간단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나 선술집의 이름에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식전 빵과 올리브 오일 |
문득 식전 빵(Aperitif bread)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고대 로마 그리스 시대에도 식사 전에 와인과 함께 빵을 먹었단다. 그러나 식전 빵이라는 개념 자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세 시대부터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빵과 와인, 에일 등을 먹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이때 이미 빵을 올리브오일이나 식초에 찍어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별도의 코스로서 식전 빵이 제공되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식전 빵 문화가 형성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에서다. 이때부터 빵과 올리브, 치즈, 훈제육 등의 간단한 음식을 와인이나 가벼운 음료와 함께 먹는 것이 대중화되고, 식전주(Aperitif)의 개념이 등장한다. 19세기에 들어 프랑스에서는 식전주 문화가 한층 세련미를 더한다. 베르무트(Vermouth: 화이트와인에 브랜디를 섞어 목피, 약초 등을 넣어 향미를 더한 술)와 파스티스(Pastis: 아니스와 감초로 만든 독주)가 식전주로 인기를 끌면서, 안주 개념으로 바케트 등의 빵에 버터, 파테(Pâté: 닭 또는 오리의 간으로 만든 스프레드), 타페나드(Tapenade: 올리브 스프레드)등의 스프레드를 곁들여 먹는 전통이 널리 퍼지게 된다. 20세기에 접어들어 이러한 식전주와 식전 빵 문화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 스페인에서는 타파스(Tapas)에 빵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러한 식전 빵 문화는 유럽의 오랜 전통이자 관행이며, 환대의 의미이자 식사의 시작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비뉴 베르데(Vinho Verde) |
스페인에 여름 와인(Tinto de Verano)이 있다면 포르투갈엔 초록 와인(Vinho Verde) 있다. 틴토 데 베라노는 적포도주 베이스이지만, 비뉴 베르데는 포도의 품종에 관계없이 덜 익은 포도로 담근 것으로 포르투갈 북부의 미뉴(Minho)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Verde의 원래 의미는 '녹색'이지만 비뉴 베르데의 'Verde'는 '젊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비뉴 베르데는 산미가 강하고 알코올 도수가 낮아 가볍게 마시기 좋다. 스파클링 와인처럼 상큼해서 입맛을 돋운다.
정어리 구이(Sardinhas grelhadas)와 마늘소스새우(Gambas ao molho d'alho)를 주문했는데 둘 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늘소스새우는 올리브오일과 토마토 베이스에 마늘과 오렌지가 들어있어 풍미가 좋았다. 마늘소스에 빵을 찍어먹으니 조합이 훌륭하다. 양이 엄청났음에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정어리의 첫인상은... 이것은 큰 멸치인가, 작은 꽁치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애매한 비주얼이었다. 한국에서 거의 먹은 적이 없었던 생선이라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비리지 않고 고소했다. 같이 나온 구운 감자와도 감자칩과도 잘 어울리는 맛이다. 정어리를 시키면 감자칩이 같이 나온다. 감자 파티.😆비뉴 베르데와의 궁합도 잘 맞았다.
맛도 뷰도 다 잡은 즐거운 식사였다.
2. 포르투갈 국민 생선 '정어리(Sardinha)'
전에 올렸던 글에도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정어리(Sardinha)는 포르투갈의 국민 생선이라 불려 마땅한 녀석이다. 포르투갈인에게 정어리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정체성이자 역사적, 문화적 상징인 듯하다.
대서양에 접한 해양국가이니 해산물이 풍부한 것은 당연한 일이나, 그중에서도 정어리의 어획량은 포르투갈 전체 어획량의 2/3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여 서민들이 부담 없이 구할 수 있는 식재료다. 게다가 오메가-3 지방산에 단백질과 비타민까지 골고루 공급해 주는 영양만점 식품이다. 그뿐인가. 맛도 좋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원재료의 자연스러운 맛을 살린 요리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어떤 재료와 섞여도 본연의 독특한 풍미가 살아있는 정어리는 그네들의 요리 철학에도 완벽하게 들어맞는 재료인 것이다.
리스본의 수호성인인 성 안토니오(St. Anthony)의 축일을 기념하고자 매년 6월에 열리는 'Festas de Lisboa' 축제에서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정어리를 구워 먹는 오랜 전통이 있는데, 이는 같이 식사를 하며 기쁨을 나누는 그들의 공동체 의식과 공유문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정어리 통조림 |
좌우지간, 포르투갈의 수산업은 효자 생선 정어리로 인해 번성했고, 20세기에는 정어리통조림업이 포르투갈의 주요 산업이 되었단다. 포르투 인근의 마토지뉴스(Matosinhos) 마을은 당시 정어리통조림으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한다. 정어리통조림은 내수만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수출도 되고 있다. 포르투의 정어리통조림 가게를 보고는 '아.. 이 사람들의 정어리에 대한 마음은 정말 찐이구나.' 하고 느꼈다. 서커스장 내지는 테마파크를 연상케 하는 저 화려한 인테리어를 보라. 통조림에 그려져 있는 정어리는 거의 애완동물 수준으로 귀엽다. 저렇게 사랑스러운 애들을 통조림으로 만들어 놓다니.😂 알록달록 영롱한 통조림을 보니 왜 고양이들이 떠오를까. 고양이에게 천국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저 통조림 가게의 이름은 무려 '포르투갈 정어리의 환상적인 세계(O Mundo Fantástico das Sardinhas Portuguesas)'다. 클레리구스 성당 바로 근처에 있다.
주소 : Largo dos Lóios 1, 4050-613
전화번호 : +351211349044
영업시간 : 오전 9:30 ~ 오후 11:00
HP: www.portuguesesardine.com
전화번호 : +351211349044
영업시간 : 오전 9:30 ~ 오후 11:00
HP: www.portuguesesardine.com
기념품 가게에도 정어리가 가득하다. |
위 사진처럼 아기자기한 손뜨개나 자수 용품, 봉제인형을 파는 곳도 많이 있었다.
정어리 봉제인형과 병따개 |
저 파란 정어리는 마우스 조작할 때 손목받침으로 쓸까 하고 사 왔는데 그렇게 쓰긴 가여워서 그냥 고이 모셔뒀다. 저 병따개 마그넷은 사진은 칙칙하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광채가 반짝반짝 눈이 부시다. 여러 개 사면 조금 무겁긴 하지만 디자인이 엄청 다양해서 기념품으로 딱이다.
결론 :
1. 포르투갈은 정말 정어리에 진심인 나라다. 나도 덩달아 정어리에 애정이 생겼다.🥰
2. 포르투를 가게 된다면 Adega São Nicolau는 꼭 가볼만 한 해산물 맛집이다. 음식들도 맛있었지만 도루강이 내려다 보이는 이 레스토랑의 전망은 이곳을 낭만적인 장소로 기억되게 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