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LX Factory, 예술과 창조의 메카(+Mir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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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예술과 창조의 메카로 불리는 LX Factory는 방치된 산업 단지를 재개발하여 트렌디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공간으로, 우리나라의 성수동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참고로 'LX'는 리스본의 옛 철자인 'Lixbõa'의 약어로, 리스본의 철자는 Lisboa로 바뀌었으나 LX는 여전히 리스본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LX-Factory-입구
LX Factory 입구


LX Factory의 역사

LX Factory의 역사는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46년 이곳에는 '컴파니아 드 피아상 이 테시도스 리스보넨스(Companhia de Fiação e Tecidos Lisbonense)'라는 리스본 최대 규모의 섬유 공장이 설립된다. 이후 이 지역은 100년이 넘게 포르투갈의 산업 중심지 역할을 해 왔는데, 20세기 후반 산업 구조의 변화로 공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게 된다.  

그러다 2008년, 부동산 개발업체인 메인사이드(Mainside Investments)에 의해 이 방치된 공장단지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메인사이드는 이 공간을 창조적인 문화 예술 허브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데, 그들의 비전은 단순히 건물의 복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예술가, 디자이너, 기업가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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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골이 드러난 벽을 그대로 살려 사용하고 있는 건물

이 대담한 시도는 큰 성공을 거두어 LX Factory는 리스본의 새로운 명소로 빠르게 자리잡게 되었다. 오래된 공장 건물들은 갤러리와 카페, 레스토랑, 독특한 상점들로 채워졌고, 젊은 창작자들의 작업실과 스타트업 기업들의 사무실이 들어섰다. 과거의 산업 유산이 현대적 감각과 만나 유니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공간은, 오늘날 리스본에서 가장 활기차고 트렌디한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LX Factory 방문 정보

LX Factory 위치

LX Factory는 리스본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알칸타라(Alcântara) 지역에 위치해 있다. 테주 강(Rio Tejo)에서 가까워, 조금만 걸으면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닮아 유명한 현수교 '25 de Abril Bridge'를 볼 수 있다. 

알칸타라 지역은 페르난두 페소아의 집과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되는데, 나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집을 관람한 후 에스트렐라 공원에서 잠시 쉬다가 그곳에서부터 LX Factory까지 걸어서 갔다. 2km가 조금 넘는 거리로 골목골목 구경하며 가니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LX Factory 위치(구글맵)

LX Factory 운영시간

평일과 일요일오전 6시부터 새벽 2시, 토요일오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운영하나, 개별 상점이나 레스토랑 등의 운영시간은 각각 상이하므로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각 시설별 운영시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LX-Factory-홈페이지-배너

LX Factory 접근방법(대중교통)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페르난두 페소아의 집이나 벨렝타워, 제로니무스 수도원 등에서 출발한다면 2~3km 거리로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다. 날씨가 좋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중심지에서 살짝 벗어난 비교적 한적한 동네라 골목골목 구경하며 산책하듯 걷기에 아주 좋았다. 

시내에서 가게 된다면 15번 트램이나 714, 720, 727, 751번 버스를 타고 'Calvário'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정류장에서 LX Factory 입구 까지는 약 250m 거리로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참고로, 리스보아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면 대중교통을 무제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승차 시에는 잊지 말고 리스보아 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해야 한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승차권을 태그하지 않고 탑승하여 벌금이 부과된 사례가 있다고 하니 주의하자.  


LX Factory 즐기기

LX Facory는 쇼핑뿐 아니라 예술과 음식 등 다양한 문화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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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 Factory 건물 곳곳에 그려져 있는 그래피티

LX Factory는 공간과 건물 자체가 대형 갤러리를 방불케 할 만큼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곳이었다. 건물 곳곳에 그려진 그래피티, 다양한 규모와 콘셉트의 갤러리와 팝업 전시들, 서점을 장식하고 있는 현대 미술 작품과 설치미술들. 눈길을 끄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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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dalo II의 설치미술 작품 'Bee'

위 사진의 벽에 붙어 있는 대형 벌(Bee)은 폐기물을 활용해 만든 설치미술로, 포르투갈의 유명한 거리 예술가인 Artur Bordalo의 작품이다. 포르투에서 그의 작품인 'Half Rabbit'을 먼저 보았던 터라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Bordalo II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그는 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포르투의 'Half Rabbit'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한 포스팅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Half-rabbit-관련-포스팅-링크


서점 'Ler Devagar'

LX Factory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Ler Devagar'라는 서점이었다. 'Ler Devagar'는 포르투갈어로 '천천히 읽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서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천장까지 빼곡히 채워져 있는 책장들이다. 빈티지한 목조 천장의 중앙에는 한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날아가는 모습의 조형물이 매달려 있는데, 왠지 모르게 '꿈'과 '자유'란 단어가 떠올랐다. 벽면 여기저기 자투리 공간에는 현대 미술 작품이 걸려 있었다. 서점 2층에는 작은 카페도 하나 있다. 


LX Factory 3층에 있는 레코드 가게 'Flur'

한 층 더 올라가면 LP판이 가득한 'Flur'라는 이름의 작은 레코드점이 있는데, 너무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인 Chet Baker의,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Chet Baker Sings' 앨범이 떡하니 전시되어 있어서 이곳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는 지도 모르겠다. 운명처럼 만난 빵 아저씨.🥰  

먹거리

LX Factory는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포르투갈 음식에서 멕시칸, 버거, 초밥까지 세계각국의 퓨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그중 'A Praça'라는 레스토랑이 테라스에서 '25 de Abril Bridge'가 보여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리뷰를 찾아보니 평이 엇갈렸다. 호불호 없이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곳은 포르투갈의 유명한 초콜릿 케이크 전문점인 '랜도 초콜릿(Landeau Chocolate)'이다. 랜도 초콜릿은 LX Factory 외에도 리스본에 여러 개의 지점이 있다. 진하고 부드러운 초콜릿 케이크라 커피랑 먹으면 황금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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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바 'Borogodó'

LX Factory 입구에 바로 들어서면 공중화장실 건너편에 'Borogodó'라는 바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는 저녁에 라이브 공연을 한다. 가사를 몰라도 흥얼흥얼 멜로디를 따라 하기 좋은 오래된 팝송을 주로 부르는데,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 함께 춤을 추며 즐기는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흥청망청 왁자지껄, 신나게 놀았다. 이날이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제대로 불태웠다.😆 

살 거리

LX Factory는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 이곳에만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의류에서 수공예품, 액세서리, 가구, 생활용품까지 독특하고 개성 있는 상품들이 가득하다. 코르크로 만든 가방, 지갑, 신발 등의 비건(Vegan) 잡화류를 판매하는 'Rutz'는 쇼핑욕구를 자극하는 샵이었다. 일단 동물의 가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고, 가볍고 실용적이면서 디자인도 예뻤다. 가격은 그렇게 착한 편은 아니었다.😹
이외에도 이국적이고 빈티지한 소품들이 많아 귀국 전 기념품 쇼핑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플리마켓 'LX 마켓'이 열리니, 일정이 맞는 사람은 일요일에 방문하면 볼거리들이 더 넘쳐날 것이다.  


Mirari, 리스본의 가장 힙한 공간(번외)

LX Factory까지 걸어가는 길에 아주 재미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역시 걷다 보면 차 안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인다. 허름한 골목 안쪽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 무심코 들어가 보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그곳은 작은 광장 같은 곳이었는데, 그래피티가 가득한 광장 주변으로 음식점과 바, 상점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는 것이 LX Factory의 축소판 정도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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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Mirari가 나온다.

이 공간의 이름이 'Mirari'다. 이곳 역시 공장 폐허에 조성된 문화 공간으로, '예술과 문화, 미식의 융합'을 표방하며 트렌디한 푸드코트와 바, 이색적인 상점들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LX Factory보다 더 자유롭고 힙해 보였다. 이곳에서는 라이브 공연이나 전시회, 농산물 시장, 빈티지 박람회 등의 이벤트도 열린다고 하니, '빈티지'와 '힙'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방문을 강추한다. 

Mirari-중앙의-광장
Mirari 중앙의 광장



결론

계획에 없이 방문하게 된 리스본의 예술과 창조의 메카 'LX Factory'는 의외로 큰 즐거움을 준 장소였다. 리스본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로컬 문화에 좀 더 깊이 다가간 느낌이랄까. 리스본의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LX Factory를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좀 더 마이너하고 힙한 곳을 원한다면 Mirari도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