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을 걷고 난 후 어쩌다 보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세 번을 오게 되었다. 프랑스길을 완주하고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는 산티아고 대성당 근처의 호텔에서, 포르투갈 여행을 하고 묵시아까지 걷기 위해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왔을 때는 북쪽 외곽의 한 호스텔에서, 그리고 묵시아를 다녀와서는 알베르게 세미나리오 메노르(Albergue Sminario Menor)에서 묵게 되었는데,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는 차분한 마음으로 순례길을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아름다운 언덕 위에 자리한 알베르게 세미나리오 메노르 |
세미나리오 메노르 개요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의 역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세미나리오 메노르(Seminario Menor) 알베르게는 가톨릭 신학교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세워진 이 건물에 신학교가 개설된 것은 1955년 키로가 팔라시오스(Quiroga Palacios) 추기경 때의 일로, 이 메노르 신학교는 산티아고 대주교에서 성직자 교육을 위해 사용한 마지막 건물이었다고 한다.
알베르게 세미나리오 메노르 로비 전경 |
세미나리오 메노르 위치 및 주변환경
산 페드로 역사지구의 벨비스(Belvis) 지역에 위치한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는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동쪽으로 약 1.2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성인 걸음으로 2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이라 순례길을 마치고 조용한 곳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세미나리오 메노르로 오르는 언덕에는 푸른 잔디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벨비스(Belvis) 공원이 있는데, 청명한 여름 하늘 아래 빨간 지붕과 푸른 초원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 편의 명화를 보는 듯했다. 이런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매일 지나는 것 자체가 힐링이고 행복이었다.
세미나리오 메노르 앞 벨비스 공원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당일은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후, 구도심에서 동료 순례자들과 함께 완주를 축하하며 북적임을 즐기다가, 산티아고를 떠나기 직전 이곳 세미나리오 메노르로 옮겨 조용히 순례길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세미나리오 메노르 이용정보
요금 및 예약방법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의 객실은 혼성 도미토리와, 싱글룸, 트윈룸, 트리플룸 등 총 4가지 타입으로 총 256개의 침대가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다. 요금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경우 도미토리가 21유로, 싱글룸 25유로, 트윈룸 50유로, 트리플룸이 72유로다.
홈페이지 외에 부킹닷컴이나 엑스피디아, 호스텔월드 등에서도 예약이 가능하다. 참고로, 공식홈페이지가 부킹닷컴보다 룸 타입별 1유로씩 저렴하다. 각 사이트에서 적용 가능한 프로모션 등이 있을 수 있으니 비교 후 예약하면 된다.
세미나리오 메노르 공식 홈페이지는 한국어 버전을 지원하는데, 객실예약 페이지는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영어 버전은 제공한다. 구글이나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하면 한국어 번역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 싱글룸 |
나는 싱글룸을 사용했는데 마치 수녀원의 방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갈하고 소박하면서도 경건함이 느껴지는 방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긴 창문이 세 개가 있는 방도 있는데, 미리 요청하면 배정을 받을 수 있다. 나와 같은 시기에 묵었던 다른 한국 순례자분은 실제로 창문을 이유로 방 변경을 요청하여 방을 옮겼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공용인 것이 조금 불편한 점이긴 한데, 워낙 공간이 넓고 여유가 있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시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그리고 순례길 알베르게 생활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25유로에 싱글룸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혜자다.
체크인·아웃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 체크아웃은 오전 9시 30분이다. 입실은 오후 2시부터 새벽 12시 30분까지 가능하며, 리셉션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열려 있다.
내부시설
건물 전체에서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며, 싱글룸은 물론이고 도미토리에도 침대별로 개인 전등과 전기 콘센트가 있다.
지하에는 취사가 가능한 넓은 주방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파는 매점도 있는데, 이곳에서 오전 7시부터 간단한 토스트 등의 조식을 유료로 제공한다. 야외 정원에도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다. 코인 세탁기와 건조기도 지하에 있다.
세미나리오 메노르 야외 정원에서 파드론 고추를 넣어 끓인 라면을 먹고 있다. |
1층에는 TV가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고, 각 층별로도 여기저기 앉아서 쉴 수 있는 라운지 공간과 자판기가 있다.
또한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는 숙박객에 한하여 도착 전 수하물을 우편으로 미리 받아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보관료는 1일 2유로다. 수하물 보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알베르게 예약은 필수다. 참고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우체국에서도 수하물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보관료는 1일 5유로다.
장기간 짐을 맡길 예정이라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에 있는 한인 마트 '언니네 편의점'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보관할 수 있다. 나는 묵시아까지 걸어갔다 오는 동안 언니네 편의점에 큰 배낭은 맡기고 작은 배낭만 메고 다녀왔다. 여담이지만, 언니네 편의점 사장님께서 산티아고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덕분에 순례길을 마치고 난 후에 찾아오는 공허함을 털어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하다.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 정원 |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초록으로 가득한 정원과 언덕 아래로 이어지는 공원이었다.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구도심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건물 주변으로는 작은 산책로들이 있어 아침저녁으로 산책하기에도 좋다. 순례길에서 얻은 여독을 풀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다.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서 한 달 살기라도 해 보고 싶다.
결론
나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보냈던 길지 않은 시간들이 피정과 같이 느껴졌다. 그만큼 마음이 고요해지고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알베르게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는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순례길을 마무리하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산티아고의 힐링 숙소 '세미나리오 메노르'에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