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 피카소 생가 박물관, 말라가 박물관 방문 후기

말라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가 나고 자란 곳이다. 피카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말라가를 여행하게 된다면 피카소 생가 박물관(Museo Casa Natal de Picasso)이나 피카소 미술관(Museo Picasso Málaga)에는 왠지 한 번쯤 들러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길 것이다. 

스페인 내의 피카소 미술관은 말라가와 바르셀로나에 있는데, 이곳 말라가의 피카소 미술관에는 주로 그의 초기작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에 비해 규모도 협소하고 작품 수도 많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리뷰들이 있어, 나는 말라가에서는 피카소 생가 박물관만 방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때마침 말라가 박물관(Museo de Málaga)에서도 피카소 특별 전시회를 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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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 피카소 생가 박물관에서 마주한 피카소


말라가에서 마주한 피카소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 '말라가(Malaga)'는 파블로 피카소의 고향이다. 1881년 말라가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이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가 태어난 생가에는 현재, 피카소와 그 가족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피카소 생가 박물관(Museo Casa Natal de Picasso)'이 조성되어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생애와 예술적 여정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말라가 피카소 박물관(Museo Picasso Málaga)'까지 두루 관람해도 좋을 것이다. 

말라가에는 '말라가 박물관'과 같은 대형 박물관뿐 아니라 소규모의 다양한 박물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박물관 투어만으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피카소-생가-박물관-및-말라가-박물관-위치도
피카소 생가 및 말라가 박물관 위치도


피카소 생가 박물관

기본정보

피카소 생가 박물관(Museo Casa Natal de Picasso)이 자리한 이 건물은 피카소가 1881년 태어나 1884년까지 살았던 곳이다. 이곳에는 피카소의 초기 스케치와 석판화, 도예품 등의 예술작품 외에도 피카소와 그의 가족이 생활했던 공간을 재현해 놓은 전시장이 있어 그의 작품세계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다. 

피카소와-그의-가족이-생활하던-공간을-재현해-놓은-전시실
피카소와 그의 가족이 생활하던 공간을 재현해 놓은 전시실


전시공간

피카소 생가 박물관은 2개 층을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2층에는 주로 피카소의 초기 작품과 가족의 생활공간을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이, 1층에는 피카소와 관련된 테마전이나 피카소 외의 다른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열리는 특별전시관기념품점이 있다. 

피카소-생가-박물관에-전시되어-있는-피카소의-스케치
피카소 생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피카소의 스케치

사실 피카소 생가 박물관에는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지는 않다. 아마 미술관을 기대하고 방문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시품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를 하나하나 들으며 둘러보면, 피카소의 유년 시절의 삶을 유추해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피카소-생가-박물관-곳곳에는-피카소의-지인들이-그에-대해-남긴-글귀들이-적혀-있다
피카소 생가 박물관 곳곳에는 피카소의 지인들이 피카소에 대해 남긴 글귀들이 적혀 있다.

피카소 생가 박물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건물 내벽 곳곳에 적혀 있던 피카소의 지인들이 그에 대해 남겨 놓은 글귀들이었다. '어린 시절, 가장 최초의 기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피카소는 '빛(The Light)'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과연 예술가다운 답변이다. 

많은 글귀 중에 재미있었던 것은 '장 콕토(Jean Cocteau)'라는 프랑스 시인이 남긴 "Picasso is a sphinx without a secret(피카소는 비밀 없는 스핑크스다)."이란 문구였다. 말인즉슨,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은 수많은 수수께끼를 품은 스핑크스와 같이 신비롭고 무언가 복잡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저 보이는 그대로일 뿐이며 이면에 숨겨진 비밀이나 깊은 뜻 따위는 없다는 얘기다. (갑자기 허무해지는 이유는 뭘까.🥲) 

피카소-생가-박물관-앞-작은-광장-벤치에-앉아-있던-피카소-동상
피카소 생가 박물관 앞 작은 광장 벤치에 앉아 있던 피카소 동상(브루스 윌리스인 줄;)


이용정보

피카소 생가 박물관은 매일 오전 9시 30분~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1월 1일12월 25일휴무이며, 12월 24일, 31일오후 3시까지만 운영한다. 시즌별로 운영시간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입장료는 상설전시만 관람할 경우 성인 €3, 학생(18~26세)노인(65세 이상)은 2다. 특별전까지 볼 수 있는 통합권성인 4, 학생노인은 2.5다. (오디오 가이드 포함) 

예약은 공식홈페이지나 Tiquts, Trip.com과 같은 온라인 예약 플랫폼을 통해서 할 수 있는데, 예약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수수료가 붙는다. 내 경우는 현장에서 직접 티켓을 구입하여 대기 없이 바로 입장했다. 


무료입장 팁

피카소 생가 박물관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이후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또한 2월 28일, 5월 18일, 9월 27일, 10월 25일에도 무료입장이 가능하니 일정이 맞다면 이용해 봐도 좋겠다. 



말라가 박물관 : 피카소 전시회

기본정보

피카소 생가 박물관에서 알카사바 방향으로 걷다 보면 말라가 공원 바로 앞에 거대한 석조 건물이 하나 보인다. 바로 말라가 박물관(Museo de Málaga)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말라가 박물관이 참 좋았다. 장소 자체에서 느껴지는 품위와 아름다움이 있었다. 또한, 공간이 넓고 붐비지 않아 편안하고 여유롭게 전시품들을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말라가-박물관의-중정
말라가 박물관의 중정

18세기에 지어진 이 고풍스러운 건축물은 원래 말라가 항구의 세관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말라가의 역사·문화·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종합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말라가 박물관은 선사시대 유물에서 순수 미술 컬렉션까지 다양한 시대와 예술 장르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전시공간

말라가 박물관의 전시 공간은 고고학(2층)순수 미술(1층) 섹션으로 나뉜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1층에서 피카소 특별전이 소규모로 진행 중이었다. 주로 피카소의 후기작에서 볼 수 있는 라인 드로잉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나는 피카소의 난해한 큐비즘(입체파) 회화보다 '피리를 불고 있는 파우누스' 시리즈처럼 단순하고 해학적인 그림들이 더 좋다. 

말라가 박물관 피카소전에 전시된 작품들

피카소는 1940년대 이후로 이와 같이 선을 최소화하면서 형태를 강조하는 단순한 드로잉을 많이 남겼는데, 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미누타우로스나 파우누스, 사티로스와 같은 존재를 그렸다. 

말라가 박물관 고고학 전시관

고고학 박물관이 있는 2층에는 선사시대부터 그리스, 로마, 무어(이슬람) 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들이 연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도기와 모자이크 조각, 석판화, 동전 등의 고대 유물과 함께 말라가의 역사·문화적 변천사를 보여주는 풍성한 볼거리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말라가-박물관-고고학-박물관에-전시된-프레스코화-파편들
말라가 박물관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된 프레스코화의 파편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프레스코화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었는데, 세밀한 붓터치에 색감과 질감의 조화가 하나같이 우아하고 아름다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나는 예술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보는 것은 좋아한다. 인간은 누구나 심미적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다.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만으로 내면이 채워지는 경험을 다들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이용정보

말라가 박물관은 화요일~토요일9:00~21:00까지, 일요일 9:00~15:00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휴무다. 시즌별로 운영시간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입장료는 유럽연합(EU) 국가의 시민일 경우 무료이며, 그 외에는 €1.5를 지불해야 한다. 입장료 이상의 가치가 있으니 말라가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순례를 계획하고 있다면 말라가 박물관도 꼭 리스트에 포함시켜 보길 바란다. 

나는 예약 없이 현장에서 바로 티켓을 구매하여 입장했는데, 홈페이지를 보니 그룹으로 방문할 경우에만 별도의 예약이 필요한 듯하다. 개별 방문객을 위한 예약 버튼이 따로 보이질 않는다.  


마무리

말라가는 지중해에 면한 해변 휴양지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구도심의 역사 지구 내 곳곳에 자리한 박물관 탐방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곳일 듯하다. 말라가에는 소규모의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꽤 많이 있었다. 말라가는 처음인 데다 일정도 짧아 이번엔 박물관은 피카소 생가 박물관과 말라가 박물관 두 곳밖에 방문하지 못했으나, 다음엔 하루나 이틀을 온전히 박물관 투어에만 시간을 써 보고 싶다. 

피카소 생가 박물관과 말라가 박물관은 가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었다. 말라가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피카소를 한 인간으로서 존경하거나 좋아하진 않지만, 그의 재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피카소는 현대미술의 거장임엔 틀림없다.